기사제목 [기자수첩] 법정 침묵깬, 삼성후계자 이재용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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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법정 침묵깬, 삼성후계자 이재용에 대한 '단상'

기사입력 2017.08.0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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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jpg▲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l 비즈트리뷴DB
 

[비즈트리뷴] 글로벌 초일류 전자기업 삼성의 후계자 이재용이 침묵을 깼다. 베일에 쌓여있던 그가 본인이 기소된 법정에서 입을 열자 '인간 이재용'과 '삼성의 후계자'가 함께 세상으로 걸어 나왔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재판 과정에서 "(이건희)회장님께 야단을 맞은 것 빼고는 야단맞은 기억이 없는데, (박근혜 전)대통령의 단독 면담이었고, 실제로 여자분한테 싫은 소리를 들은 것도 처음이어서 제가 당황했던 것 같다”고 말하거나 "(독대가 있었던)7월 24일 공식 행사에 대해서 비중을 두고 이해하고 있어서 다른 준비는 하지 못했고, 오히려 24일 행사가 신경쓰이고 긴장돼서 더 연습하고 준비했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일련의 진술 속에서 그는 그룹의 후계자로서가 아닌, 아버지께 야단도 맞고 이모뻘인 대통령에게 야단맞고 당황도 하고 그룹을 대표해 나서는 자리가 긴장되는, '인간 이재용'을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

이 부회장 : "바깥에서는 제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실장님보다 더 높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함께 자리를 하면 많이들 놀라십니다."

재판장에서 밝힌 이 부회장의 말에 따르면 그는 식사를 하든 회의를 하든 단 한 번도 최 전 실장보다 상석에 앉은 적이 없었으며, 인사 발표가 나는 날 주변으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떠나는 이들에게 잊지 않고 따뜻한 차 한잔을 대접할 줄 아는 겸손한 리더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버지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아버지를 대신해 그룹 전반을 경영을 살피며 사령탑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번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그는 아직까지 삼성의 총수라기 보다는 영락없는 '삼성전자의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과 삼성 고위 임원들에 따르면 그는 전자와 전자계열사와 관련된 업무들을 사업부에서 직접 보고받고 결재했으며, 해외고객을 만나 영업도 했다.

특히 애플과 페이스북 등 20~30개의 글로벌 고객사와 협력의 기회가 주어지는 '미국 선밸리 컨퍼런스'에 가장 공을 많이 들여왔으며, 지난해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과정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 그룹의 업무는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삼성의 2인자'로 알려진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필터링'을 거쳐서만 보고 받았다.

아직까지 이건희 회장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아들인 본인이 전면에 나서서 경영활동에 나선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 "저의 소속은 삼성전자 였습니다. 단 한번도 미래전략실(삼성 그룹)에 소속된 적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95프로 이상을 전자와 전자 계열사 업무를 맡아 했습니다"

다만, 향후 그룹의 후계자로서 알아야 할 주요 사안들에 대해서는 보고 받고 의견을 공유하기도 하면서, 조금씩 총수가 되기 위한 입지를 다져나가는 과정에 있었다.

그룹 대표로서 행사에 참석하는 업무가 늘었으며, 임원들로부터 전자 외 계열사와 관련된 중요 이슈의 업데이트를 받는 빈도도 늘었다.

스스로도 다른 계열사들의 업무에 대한 관심이나 책임감을 늘리고 공부하려고 노력했으며, 그룹 경영 전반에 손놓고 있는 입장은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각 사에 존재하는 전문경영인들의 능력을 믿고, 그들의 판단에 신뢰와 무게감을 실어주는 게 그의 경영 스타일이었다.

일본 게이오기주쿠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현장중심'의 글로벌 경영 마인드가 반영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추진에 대해서) 이 부회장: "금융업에 대해 전자보다 지식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삼성생명 경영진과 미래전략실 전문가가 검토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전실에서도 의사결정을 묻는게 아니라 그야말로 추진해보겠다는 정보보고 수준의 보고를 받았습니다. 나에게 미리 정보를 공유해 준 것은 대주주의 한명으로 존중해준 것 같습니다"

그는 오히려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보험업에 대한 공부를 더 하고 앞으로 어려워지는 사업환경을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했을 것"이라며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본인의 지분을 높이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관해서) 이 부회장: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찬성이나 반대의 의견을 내려면 그 사업을 이해해야 하고 경쟁관계나 회사의 약점과 강점을 알고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분이 많고 적은 것은 관계없이, 회사 미래를 생각하는 분들이 고심을 했고 미래전략실에서도 놓친 부분이 있나 체크를 했기에 그 결정을 신뢰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IT 업계는 경쟁이 심하고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지주회사로 묶여 있게 되면 사업 매수·매각에 지분율 유지 등 제약이 크다"며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은 생존과 변신 성장에 저해가 된다"고 진술했다.

그의 이러한 판단들은 철저하게 삼성전자의 성장과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며, 특검 신문과정에서의 본인의 말과 같이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관심없는" 사람이었다고, 주변에서도 입을 모은다.

이 부회장은 무엇보다 막대한 지분을 바탕으로 그룹 지배권을 확보해야 했던 창업주 세대와는 다른 현 시대가 요구하는 '경영자의 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 "창업자나, 이건희 회장님처럼 창업 2세지만 회사를 재창업하신 분들과는 달리, 저에게는 사회적 요구 사항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제 입장에서는 지분율 1~2%가 중요한 게 아니었으며,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기업이나 삼성생명처럼 공적인 금융기관이면 단순한 지배력이 더욱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경영자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회사에 비전을 줄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재용부회장'이 영어의 처지로 전락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에서 사상최대의 실적을 경신하며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반도체 업황의 호황이 최대실적을 견인했다는 게 중론이다.

동시에 재계와 업계에서는 이재용부회장이 3~5년 전부터 반도체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기술 리더십'이 있었기에 그 결실을 맺고 있다고 보고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부재'로 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이 같은 성과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결심 공판이 하루앞으로 다가왔다.

특검의 구형이 나올것이고, 이달 안으로 1심 선고공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한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특히 삼성전자의 경쟁기업들이 서초동 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을 지켜보고 있다.  

혹여 우리 내부의 정치논리에 의해 미국의 애플과 인텔, 대만의 홍하이가 쾌재를 부르는 '어리석음'이 없기를 바란다.

[ 권안나 기자 kany872@biztribun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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