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8월 단상]어수선한 정국, 사법부가 중심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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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단상]어수선한 정국, 사법부가 중심잡아야

기사입력 2017.08.2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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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kffjaal.png▲ 김려흔기자
 [비즈트리뷴]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1심 선고 결과에 대해 법조계는 '여론재판·정치재판'이라고 평가했다.

숨가쁘게 달려온 세기의 재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재판내내 특검의 무능함은 거듭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박영수 특검이 지난 6개월간 법정에 모습을 보인것은 3일에 그친다. 그가 나선 날에도 특검은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했다.

그동안 박영수 특별검사가 없는 특검측은 "국민들의, 국민들이"라며 이목이 집중된 무거운 사건임을 강조했으나 번번이 준비가 덜 된 모습과 관련없는 증거 제출, 내용들로 시간을 잡아먹는 등 재판부의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재판 후반부에 내놓았던 증거들은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재용 부회장과 임직원들의 44차 공판은 '청와대 캐비닛 문건' 관련 내용이었다.

이날도 특검은 재판 시작에 앞서 김진동 부장판사에게서 "특검에서는 추가증거를 자제하라. 언론 증거를 추가증거로 제출하는 이유가 있냐"는 따끔한 지적을 받았다.

청와대 캐비닛 문건이 등장하자 기존 문재인정부 지지층조차도 석연치 않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44차 공판에 출석한 특검측 증인 이영상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 행정비서관(現 대검찰청 범죄정보1담당관)은 양쪽에 대한 질의에 '너무도 상반되는 답변'으로 김 판사의 꾸지람을 들었다.

특검측에는 책을 읽듯이 꼼꼼하고 길게 답변을 한 반면, 변호인단의 질문이 시작되자 마이크를 피해 법정 내부 선풍기 가동소리보다 작은 목소리로 답변했다.

그는 "기억에 없다, 조사당시 언급한 내용 그대로다 "등의 발언만을 반복했다.

이날 송우철 변호사는 특검측을 향해 "적어도 청와대에서 보관돼 있던 것이라면 사진은 있어야 할 것 아니냐? 이 클리어 파일들만이 캐비닛에 수북이 쌓여있는 사진으로 변호인이 어떻게 확인가능하겠는가"라며 증거자료 사진을 흔들어가며 따지고 나섰다.

44차공판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는 "문건 공개 더 없으며 절차에 맡겨 정치적 논란 제거할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한다.

공교롭게도 캐비닛 문건이 발견된 시점은 특검이 증거 입증을 하지 못한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던 때였다.  

청와대 캐비닛 문건 등장으로 국민들 역시 혼란에 빠졌고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들이 이어졌다.

혼란을 불러일으키며 여러 의문을 남긴 채, 발을 빼는 정부의 모습을 보며 '본질은 다르나 박근혜 정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태도'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박 전 대통령 잡기에 희생양이 됐음이 분명해진 삼성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은 어쩌면 국민과 정부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작 직접 관계가 반드시 있을법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검찰에 몸담았다는 이유만으로 법망을 피해갔다.

증거원칙 재판에 증거가 없음에도 유죄가 선고된 이날 판결문에는 '교묘한 말장난'으로 이뤄진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판결문 전반부 이 부회장 승계작업 부정청탁 관련 내용은 대부분" 단독면담에서 개별현안에 관한 명적 청탁했다고 인정 못해. ~보기 어려워. ~증거 없다 판단. ~확인 안되고. ~단정 못해. ~볼 증거 없어. ~특검 제시한 부정한 청탁 인정할 수 없다 판단."의 직접 증거에 대한 내용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 후반부로 갈수록 "공소내용의 일부가 인정된다"며 "전반적 내용 고려하면. ~라 하면 부정청탁으로 인정. ~것으로 보임.~인식할 수 있었고.특검 제시대로 뚜렷하고 명확한 개념으로는 아니라 해도 개괄적으로나마~."등 추상적이거나 가정을 통한 내용을 이어간다.
 
특히 "부정적 인식 있다는 사실은 사회 일반에 공론화"라고 지적한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재판부가 정국이 혼란일수록 증거와 법리에 따른 냉정한 판단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삼성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이 부회장이 국내 재벌의 총수라는 점을 고려하는 등 여론의 눈치를 살폈다는 점을 인정한 꼴이다.

이 판결문의 '말장난'은 이뿐만 아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 관련 마필 부대비용만 뇌물로 인정됐다.

다시 말해, 지원한 말 자체는 뇌물로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사실상 성추행이나 성폭행, 절도 등 이 사건에 비해 작은 개인의 사건들은 피해자들이 피해를 당했음에도 가해자가 되거나 증거불충분으로 가해자를 법으로 벌할 수 없는 사건들이 다반사인 게 현실이다.

또한 국민정서가 기본 바탕이 돼야 한다는 기본상식에 의해서도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범죄 행위만을 놓고 판결하는 사법부는 그동안 법리원칙을 준수한 판결을 하기도 했다.

법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존재하며, 그렇기 때문에 법을 준수하며 살아간다고 우리는 굳게 믿는다.

그러나 무고한 희생양들에게 "피해받은 사실은 안타깝지만 법은 법"이라고 말하는 변호사들과 검사들은 수없이 많다.

여론몰이가 안되는 사건들에는 이같은 논리가 지배한다.

그로인해 피해자들에게 큰 좌절을 안기며 사법부의 불신을 야기하고 법의 심판을 믿으며 살아갈 수 없게 만들었다.

토끼 눈이 저절로 떠지거나 믿기지 않는 흉칙한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하며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문득 대한민국 사법부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떠오르며 씁쓸해진다. 사법부 CI(Corporate Identity)는 대한민국 법원을 상징하는 이미지로서, 정의의 여신이 현대적 감각으로 형상화됐다. 이 이미지는 간결하고 안정적인 이미지와 힘찬 선으로 정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현했다고 알려져 있다.

과연 그럴까.

1심 선고가 종결됐으나 사법부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의심만 증폭되고 있다.


[김려흔기자 eerh9@biztribun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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