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호텔리어] 드라마 미생, 그리고 완생이길 거부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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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 드라마 미생, 그리고 완생이길 거부하는 사회

기사입력 2014.11.0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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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jpg▲ 드라마 미생 이미지 캡처
 
화제의 드라마 '미생'

저도 아주 좋아 합니다.
바빠서 본방을 놓칠 때면 녹화를 해서라도 꼭 챙겨 보는데, 가끔씩 공감 가는 장면을 볼 때면 아이들 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해요.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보며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른 감회에 젖기도 합니다.
미생을 촬영한 장소들이 제가 매일 눈에 들어오는 건물들이거든요. 저의 홈그라운드, 흔히 하는 말로 저의 '나와바리' 입니다.

지난 토요일엔 아주 늦은 밤에 퇴근을 했는데, 촬영팀 수십명이 1층의 입구에서 촬영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서울스퀘어.jpg
 

옛날 대우그룹의 본산, 서울역 바로 앞 대우센터빌딩. 지금은 서울스퀘어 Seoul Square1라 부릅니다.

오상식 과장의 뒤쪽 창으로 서울역이 바로 내려다 보였으니 사무실 장면은 이곳 서울스퀘어에서 촬영한 게 맞습니다. 모건스탠리가 매입한 후 1000억을 들여 개보수 작업을 했다니 내부는 그 옛날 제가 업무관계로 종종 드나들며 봐 왔던 모습이 이미 아니더군요.
 
하지만 장그래가 입사한 원인터네셔널 One International의 배경 회사인 대우인터네셔널 Daewoo International (옛 대우 무역부문)은 실제 서울스퀘어가 아니라 위 사진의 왼편 건물인 연세세브란스빌딩에 입주해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끔씩 화면에 나오는 로비 모습은 서울스퀘어의 것이 아니더군요. 서울 중구의 빌딩으로 소개된 기사가 있었지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끔씩 오상식과장이 직장인의 애환을 담배 한개피로 삭히는 곳은 당연히 서울스퀘어의 옥상인데, 내려다 보이는 건물이 아주 인상적이지요?

제가 20년 넘게, 여전히 미생未生의 몸으로 살고 있는 호텔입니다.
원래 브랜드 이름이 큼지막하게 달려있습니다만 드라마에선 지웠군요.
 
미생 3.png▲ 스크린 이미지 캡처
 

오른편의 작은 건물이 CJ그룹의 본사(CJ그룹 지주회사, 티브이앤 Tvn의 모기업이기도 합니다) 사옥입니다. 보시다시피 규모가 아주 작은데도 번듯한 사옥을 마련해 옮기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하네요.
 
CJ그룹 회장의 애정이 아주 각별했다는데 이곳으로 본사를 옮긴 직후부터 그룹의 여러 사업들이 본격적으로 흥했다고. 이 곳에 근무하는 친구의 말이니 떠도는 소문만은 아닌 듯 합니다.
 

하지만 완생完生인 듯 보였던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옥고를 치르고 있으니 미생과 완생을 가르는 기준은 가진 부(富)나 사회적 지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모양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지은 그 옆의 건물에는 통신회사 LG U+가 입주해 있어요.
티브이앤의 또다른 프로그램을 간간이 스쳐 보면서 사무실 풍경이 왠지 낯익다 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오늘부터 출근'을 이곳에서 촬영하고 있다더군요.
 
미생 장면.png
 

장그래가 퇴근할 때 직장 초년병의 신선한 고민을 달고 오가는 골목입니다.
이 장면을 보며 아주 반가웠는데 저와 더 늙은 호텔리어 몇이 종종 다니는 단골 술집이 고스란히 드러났거든요.
 

연세세브란스빌딩 바로 뒷골목의 명동집.
좁지만 삼겸살이 꽤 맛있는 곳인데 아직도 완생이 되지 못한 흔한 늙은 직장인들이 세파에 찌든 고민을 풀어 내는 곳이기도 합니다.
 

4편 마지막 장면에 나왔던 한석률의 반응은 꽤 감동적이었고, 나약한 미생 호텔리어 몽돌은 최근에 더욱 흔해진 눈물을 다시 훔쳤습니다.
한석률은 결국 장그래의 사무 슬리퍼를 사는 듯 하더군요. 자신의 오랜 가치관 일부를 스스로 허물어트리며 장그래의 그것을 흔쾌히 수용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한석률이 너무 고마웠는데 주책없이 눈물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그 더러운 민낯이 온 세상에 드러나도, 사과는 커녕 부끄러움 조차 모르는 뻔뻔한 지도층 인사들.
이들은 스스로의 생이 비루한 미생임을 끝끝내 부정하며, 급기야는 주변과 사회, 그리고 국가를 병들게 하고 완생일 수 있는 수많은 미생들의 삶조차 더럽게 물들이고 있진 않은지.
이들이 한석률과 장그래의 끊임없는 고뇌와 반성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늙은 호텔리어 몽돌>
 
▷'늙은 호텔리어'는 20여년간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호텔맨입니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이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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