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호텔리어]호텔 레노베이션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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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호텔 레노베이션의 경제학

기사입력 2014.11.0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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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건희 회장이 호텔신라의 한 임원에게 물었다는군요.
호텔 산업의 본질이 무엇이냐고.
그 임원은 당연히 '서비스업'이라고 답했을 테지요. 하지만 되돌아 온 반응은 아주 싸늘했던 모양입니다. 장치산업이나 부동산업에 가깝다고 했다네요.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던 1980년대 개발시대. 자고나면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던 시절이니 부동산업이라 해도 이의를 달기 어려웠을 것이고, 대규모 자본을 투하한 새로운 시설로 고객을 유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치산업의 범주에 넣어도 틀리지 않습니다. 하물며, 이건희 회장의 전성기 시절 무용담이니 다소 미심쩍다하더라도 그런가보다 할 밖에요.

호텔은 흔히들 이미지를 판매하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각고의 노력으로 비로소 형성된 호텔의 이미지는 또다른 말로 경쟁력이요, 곧 수익입니다. 그 이미지는 여러가지 의도된 요소들이 결합해 만들어지는데, 이건희 회장이 호기롭게 말했던 '장치'(裝置), 새로운 시설도 그 이미지의 중요한 축을 구성하겠고, 이에 못지 않은 다른요소들도 함께 작용하겠지요.
 
실상, 호텔의 물적환경은 고객에게 소구하는 가장 중요한 이미지 요소 중의 하나이기도 하며 고객의 감성에 맨 먼저 어필하는 유인(誘因)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호텔이 가장 손쉽게 채용하는 수단이기도 한데, 전사적인 노력으로 서서히 살이 붙는 인적 서비스에 비해, 돈만 쏟아 부으면 없던 경쟁력도 당장 창출해 낼 수 있으니까요.
 
 
호텔신라 귀빈층 라운지.jpg호텔신라의 귀빈층 라운지
 

그러나 그 '돈'이 문제이지요.
객실을 하나 개보수하는데 얼마나 필요할까요?
 
공사(레노베이션 renovation)의 내용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벽지나 카펫을 교체하는 소프트한 정도가 아니라 벽체를 허물고 구조를 약간이라도 변경하는 수준이면 7천만~1억원이 가볍게 넘나들게 됩니다. 최근 호텔신라나 4년 전 플라자호텔의 경우처럼, 아예 호텔의 문을 닫아 걸고 공사를 하는 경우는 흔치 않고, 영업을 유지한 채 층을 나눠 돌아가면서 공사를 하게 되는데 한번에 200실 내외의 규모(3~4개층)가 일반적입니다. 대략 200억원 되겠네요.
 
레스토랑 하나를 제대로 손보게 되면 50억 내외, 중규모 연회실의 경우는 100~200억 가량 소요됩니다.
모든 걸 바꿉니다.
집기, 테이블, 의자 그리고 카펫이나 파티션은 말할 것도 없고, 조명과 음향설비 일체, 그리고 멀쩡한 텔레비전이나 전화기 등의 가전제품들도 모조리요. 
 
더 버거운 점은, 호텔의 이 휘황찬란한 시설들은 유행을 탄다는 점입니다. 이는 곧,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경쟁력도 덩달아 떨어진다는 의미이자, 여타 유형자산이 그렇듯 수명이 존재한다는 뜻과 다름없습니다. 따라서 철지난 호텔 시설에 경쟁력을 다시 불어 넣기 위해서는 또다시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겠지요. 
  
호텔신라는 지난해 830여억을 들여 7개월간 공사를 했고 플라자호텔도 4년전 쯤 800억원을 들여 전관 공사를 했더랬습니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들이는 비용이 너무 큰가요?
플라자 호텔.png▲ 플라자 호텔
 
 
이런 비용은 당연히 호텔가격에 고스란히 투영됩니다. 호텔의 상품이 비싼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소비하는 대상이 존재하니 이런 형태나 규모의 투자가 가능하겠지요?
최신 트랜드를 입힌 호텔 이미지와 일상에서 흔히 겪을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구입하기 위해 이 비싼 가격을 기꺼이 감수하는 소비자 층이 아직까지는 두터운 모양입니다. 

하지만 가끔 회의스럽기도 해요.
과연, 이런 막대하고도 빈번한 투자가 타당성조사(feasibility study)단계에서 호기롭게 제시되었던 이익(ROI)을 온전히 실현해 내기는 하는 걸까요?
 
투자자들이나 호텔의 경영자들이 이런 측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엄청난 돈과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 일단 만들어 놓고 난 후, 그 지대했던 관심은 또다른, 혹은 다음 사이클의 투자 계획으로 옮겨 타기 바쁘고, 정작 저질러 놓은 어제의 투자에 대해서는 되돌아 보지 않는 경향이 있는 듯도 하더군요.
 
하지만, 국내 호텔들 사이에선 이미 빠져 나오기 쉽지 않은 관성이 생긴듯 합니다. 이런 막대한 규모의 빈번한 투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호텔들은,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이 같은 경쟁에서 뒤쳐지게 될까 불안한 나날들을 보내게 되겠지요.

그렇다면, 이런 물적 투자가 아니라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은 과연 없을까요?
인적자산, 인적 서비스에 집중하면 될 듯도 싶은데, 이는 개인적인 바람이기도 합니다. 오래되고, 외형에 대한 투자가 빈번치 않아 다소 낡아 보여도, 오랜 동안에 걸쳐 축적된 인적서비스 자산으로 새로운 이미지와 경험을 생산하는 호텔들을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들은 바 없으니 쉬운 일은 아닌 모양입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어떻습니까.
서비스 수준은 그럭저럭, 하지만 휘황찬 시설을 자랑하는 곳에 투숙하고 싶으신가요?  빈번한 개보수는 없이 다소 낡고 오래되었어도, 나를 알아 봐 주고 성심으로 환대해 주는 곳을 더 선호하나요?
 
우리호텔도 레노베이션에 대한 간단한 설명회가 있었습니다. 개관부터 함께 했던 오래된 레스토랑 두 곳을 합해 새로운 개념의 영업장을 만들고, 다소 낡은 로비 등을 손보게 됩니다.

호텔에 깊은 애정을 가진 동료분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새로운 시설에 대한 적잖은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 한편으론 불안하고 고민스러워요.

우리는 이 새로운 영업장에 걸맞는 인적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영업장이 새롭게 꾸며져도, 우리가 평소에 아쉽게 느껴왔던 점들을 제대로 보완하지 않는다면 수백억을 들인 그 공사의 효과가 혹 상쇄되지는 않을까요? 여러분들이 가진 애정을 겉으로 끌어내기 위해 뭔가 다른 수단이 필요하진 않을까요?
 
이건희 회장의 무용담이 결국 어줍잖은 고민을 투척하게 만들었네요. <늙은 호텔리어 몽돌>
 
▷'늙은 호텔리어'는 20여년간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호텔맨입니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이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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