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반병희칼럼] 4월에는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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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병희칼럼] 4월에는 떠나야 한다

기사입력 2018.03.3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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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병희칼럼]

 

4월에는

 

4월에는 떠나야 한다. 겨우내 말라비틀어진 건조한 영혼을 끌며 떠나야 한다. 헤진 신발 창 사이로 음습한 땅기운이 올라와도 떠나야 한다. 영혼의 순백성이 묻혀있는 황무지를 찾아 떠나야 한다. 이성과 논리, 관념과 부조리가 닥쳐도 삽을 메고 떠나야 한다. 한 삽 한 삽 잃어버린 순수를 캐야 한다. 떠남은 곧 순수의 회복이다. 상징이다. 상징은 신념과 질서의 붕괴다. 곧 자유로 대치된다. 아름답다고 한다. 아름답기에 혼란으로 팽팽하게 긴장한 신경계가 ''하고 끊어진다. 광화문의 찬란했던 문명이, 화려했던 불꽃이 고갱이를 먹어 치웠다. 2018 4월 대한민국의 초상이다.

 

짙은 여름 저녁이면 푸른 오솔길을 헤치고 나아갈 것이다.

따갑게 와닿은 밀밭을 헤치고

자라는 풀들을 밟으며 꿈길처럼

발아래 닿은 시원한 감촉을 느낀다.

바람이 나의 머리칼을 씻어낸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나의 영혼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그리움으로 눈가를 적신다.

집시처럼,

여인의 젖가슴 같은 산길 사이를 가로질러 나아간다

마치 어느 여인과 사랑에 빠진 것처럼 행복하게

(감각, 아르튀르 랭보)

 

 

4월에는 고통을, 절망을 예언해야 한다. 바위틈 복수초에 눈이 멀어 선홍빛 철쭉에 취했던 어리석음을 탓해야 한다. 진달래 흐드러진 산기슭에는 문둥이의 한이 서려있고 12살 소년의 꿈을 수갑채웠다. 원죄가 묻혀있는, 그런 계절이다. 지난 여름의 가장된 성장(盛裝)이 몰아친 고통을 잠시 내려 놓은, 메마른 생명마저 비켜나가지 못하는 절망의 계절이다. 억지로 가지를 일으켜 푸른 잎을 달아주지만   천둥과 폭풍우를 온전히 담아내야만 하는 숙명을 예정한다. 절망이 되풀하는 4월이다. 철학이 삼켜버린 태고의 숨소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원시는 문명의 어머니였다. 덧칠한 합리와 자유는 불행의 씨앗이었다. 피투성으로서의 원초적 텍스트는 애시당초 가당치 않은 것이었다. 시대적 소명은 환멸과 가식으로 경위(經緯)를 짠 민초들의 희망에 지나지 않았다. 4월의 황무지이다. 황무지가 잉태한 생명은 고통이라는 거푸집에 갇힌다. 누가 봄을 생명의 계절이라 했던가? 2018 4월 대한민국의 속살이 뭉그러진다.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고

기억과 욕망을 함께 섞으며

둔감한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우리를 따뜻하게 해었지

망각의 눈 ( snow ) 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연약한 생명을 키웠으니

여름은 소낙비를 몰고 Starnbergersee로 건너오면서

우리를 놀래주었다.

우리는 주랑에서 머물러 있다가

햇빛이 비치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한 시간 동안 한담을 나누었다.

나는 절대로 러시아 사람이 아닙니다.

Lotuania 에서 출생한 진짜 독일사람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린이었을 때 사촌 대공댁에 머물렀는데

사촌은 나를 썰매에 태우고 나갔지요.

그리고 나는 겁이 났지요. 그는 말했어요.

" Marie, Marie 꼭 붙잡아" 라고

우리는 아래로 내려갔어요.

산에서는 마음이 편안합니다.

밤에는 책을 읽고 겨울에는 남쪽으로 갑니다.

(황무지, T.S 엘리어트)

 

4월에는 취해야 한다. 술이든 풍경이든 여행이든. 취하지 않으면 한걸음 내딛기가 위태롭다. 광화문에서는 취하지 않으면 미치광이가 된다. 취해야 하루를 넘길 수있다. 따라서 취한다는 것은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네가 아니고 나는 내가 아닌 것이 된다. 역사의 또다른 얼굴이다. 해방 이후 매년 되풀이 되는 한국의 봄이다. 취한시간은 바로 집중하는 시간이다. 물 흐르듯 흘러가는,  바람처럼 불어오는 시간이 아니다. 초단위로 분단위로 분할되어 있는 시간, 시간 자체가 무언가를 계속해서 쫓고 있는 시간이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시간을 압박하고 압박을 받는다. 압박하기에 우리는 없고 압박이 끝나면 우리도 끝난다. 2018 4월 대한민국, 끊임없이 취한다. 팽팽한 시위 줄을 놓고 싶다. 짜릿한 쾌감마저 줄 듯하다. 파국은 알 바가 아니다. 2018 4월 대한민국의 시간이다.

 

 

언제나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다. 그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땅을 향해 그대 몸을 구부러뜨리는 저 시간의 무서운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쉴새없이 취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술에, 시에 혹은 미덕에, 무엇에나 그대 좋을 대로, 아무튼 취하라.

 

그리하여 때때로, 궁전의 섬들 위에서, 도랑의 푸른 풀 위에서, 그대의 방의 침울한 고독 속에서, 그대 깨어 일어나, 취기가 벌써 줄어들거나 사라지거든, 물어보라. 바람에, 물결에, 별에, 새에, 시계에, 달아나는 모든 것에, 울부짖는 모든 것에, 흘러가는 모든 것에, 노래하는 모든 것에, 말하는 모든 것에, 물어보라, 지금이 몇시인지, 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시계가, 그대에게 대답하리라. “지금은 취할 시간!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끊임없이 취하라, 끊임없이 취하라! 술에, 시에 혹은 미덕에, 그대 좋을 대로.”

(파리의 우울, 샤를 보들레르)

 

보도블럭 틈사이를 비집고 올라온 봄 질경이에게서 생명을 느끼고 희망을 노래한다. 이 마저 없었으면, 이들의 투쟁이 아니었으면, 얼마나 삭막한 세상이냐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러나 그 것이 위선이었고 앞선 자들의 자기 방어기제였음을 아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결국 그들의 유희였고, 그들의 떠들썩한 봄 맞이 이벤트였다. 전설에는 잔치였다고 한다. 봄의 칼날이 살갗을 예리하게 파헤쳐 들어 상처기를 내자 민초들은 열광했고, 결국 제단위의 무희들은 또 하나의 권력이 되어 하늘로 올랐다. 그렇기에 봄의 시작은 잔인했다. 민초들의 후회는 눈물이 되어 흐르는데, '세상이 좋아졌다'는 노래는 라디오를 타고 흘러나온다.  그들만의 리그에 구경꾼으로 전락한 옛 혁명전사들은 오늘도 황무지를 건너야 한다. 4월의 봄은 턱밑을 간지르며 춤추고 노는데.

 

한미 FTA가 타결됐다고 하더니 느닷없이 플라자협의가 불거지고 있다. 한국정부의 환율개입 제한가능성이 크다고 난리다. 정부는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진짜 미국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한국경제는 거덜나도 손쓸 수있는  중요한 정책적 수단을 포기해야 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플라자협의에서 비롯됐던 것 처럼. 그래도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정치놀이가 한창이다. 서로 '좋아'라 박수치고 난리법석이다.

남북관계도 돌아가는 모양이 이상하다. 리비아식의 북한적용은 어렵단다. 비핵화는 단계적 접근이 바람직하단다. 청와대 관계자의 코멘트이다. 미리 스스로 손발 묶고 머리 조아리면 김정은이 좋아할까? 트럼프가 박수쳐줄까?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때려잡는다고 온갖 곳에 칼을 들이대면 건장한 청년도 성하지 못한다. 경제를 경제답게 내버려 둬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이 두바이를 방문해 날린 일갈들은 다시 한번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어지럽다. 탈원전은 청동상자에 곱게 모셨는지. 뭐가 뭔지 빙글빙글 도는 것을 느낄 뿐, 내가 지금 어느 자리에 앉아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우리 그 분은 절대선이다. 객지를 붙거나 토를 다는 것은 금기이다.

에라 빙고! 4월은 관념과 이성을 버려야 한다. 문명도 버려야 한다. 안타까워 하지 않아도 된다. 그게 운명이니까.

 

보들레르, 랭보, 엘리엇이 이미 울부짖지 않았나?

 

[반병희 비즈트리뷴대표]

 

[반병희 기자 bbhe4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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