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반병희 칼럼] 삼성을, 이재용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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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병희 칼럼] 삼성을, 이재용을 생각하다

기사입력 2018.04.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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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연합뉴스.jpg
서초동 삼성 사옥 ㅣ 연합뉴스

 


정치는 희생양 만들기의 연속이다. 인류가 고안해낸 가장 '탁월한' 정치공학이다. 변혁기나 혁명기에는 더욱 강력하다. 권력 장악(찬탈)의 정당성, 정통성확보에 유용한 수단이다. 혁명 동기의 순수성과 주체세력의 도덕성을 선전하는데 이것만큼 효율적인 것이 없다. 지지세력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데도 희생양(Scape Goats) 만들기는 효과 만점이다.


마리 앙뜨와네트.
그녀 만큼 몇 세기에 걸쳐 욕을 먹고 있는 여성은 없을 듯 하다. 세계 인류가 인정하는 역대급 적폐의 화신이다. 고급구두들과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만든 정장들로 옷 방을 가득 채웠던 마르코스 이멜다 조차도 그녀에게는 잽이 되지 않는다. 어린 아들과 근친상간한 혐의로 혁명세력에 의해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그녀는 부도덕의 상징이었고 신하와 백성들에게는 '수퍼 울트라 하이퍼 갑(甲)질'의 대명사였다.

 

정말 그랬을까? 답부터 먼저 말하면 '아니다'이다.


그녀는 백성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Qu'ils mangent de la brioche!)라고 말한 적이 없다. 굶주린 백성을 만나면 동정심에 주머니를 털었고, 구황작물인 감자 재배를 확산시키기 위해 감자 꽃 문양을 새긴 모자를 쓰기도 했다. 선대 황제인 루이15세 때 이미 거덜 난 왕실재정으로 초호화 사치를 마음껏 누릴 처지도 못됐다. 다이아몬드 사건 역시 그녀와는 상관이 없었다. 누명이자 모함이었다. 그녀는 오히려 근검절약을 강조했다. 덕분에 왕실재정이 약간 살아나는 기미가 보이기도 했다. 친정 합스부르크가의 규율과 격식, 어머니 마리아 테레지아의 엄격한 교육이 몸에 밴 다정하고 기품있는 여성이었다는 것이 좀더 사실에 가까운 묘사일 게다. 


이런 그녀가 어쩌다 범 국민적 저주의 대상이 됐을까?

혁명세력의 손에, 군중의 손에 굿판은 시작됐다. 혁명주체들은 민초들의 분노를 자극시키기 위한 희생양이 필요했고 마리 앙트와네트는 완벽하게 그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백성들을 개 돼지 처럼 여기며 착취와 수탈의 대상으로 여겼던 지배세력의 상징으로서, 부패하고 무능한 절대왕정의 안주인으로서, 처참한 민초들의 삶을 도외시하고 매일 밤 파티나 여는 적대국 출신의 철없는 공주로서 그녀는 성난 군중의 제물로 안성맞춤이었다.
 
새로운 법을 발표하고 그것을 강력히 집행하기 위해 혁명세력은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일단 먹잇감을 선택하면 사냥은 쉽다. 활로 안되면 총으로, 총도 안되면 기마병과 포병을 동원하면 된다. 마무리는 ‘불공정하고 비도덕적이며 부정의한 착취세력’으로 낙인 찍어 굶주림에 상어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군중들에 던져주면 된다. 그들은 알아서 돌을 던지고 이리저리 질질 끌고 다니다 마침내 인민재판을 한다. 제단에 희생물을 받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한다. 잘 짜여진 시나리오 처럼 모든 과정이 깔금하게 이뤄진다.

혁명세력은 이들에게  ‘정의회복을 위한 법의 심판’이라는 월계관만 씌워주면 된다. 일사천리다. 동서고금을 통해 정치를 좀 안다고 하는 인사들치고 이 손쉬운 방법을 애호하지 않은 경우는 드물다.
 
요즘 삼성을 두고 벌어지는 일이 딱 그 모양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됐을 때 재판부에 비판을 넘어 험악한 언어로 노골적인 위협을 가했던 집권 여당의원들에서 부터,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다’는 명분아래 권력기관의 삼성에 대한 꼬리물기 압수수색은 하루가 멀다 하고 진행되고 있다. 내동 잠자코 있던 금융위원장이 대기업 금융사의 계열사 보유지분 매각을 종용하고 나선 것도 예사롭지 않다. 삼성생명이 보유중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매각하라는 압박이다. 주식 취득시기 가격이냐, 현재 시장가냐를 둘러싼 지분가치 평가 기준싯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냥 밀어부칠 분위기다.
 
이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KBS MBC SBS의 지상파 TV 3사는 주거니 받거니 하며 연일 삼성때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많이 들어본 식상한 레퍼토리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건희회장 이재용부회장이 세계각국에 로비를 벌이는 부도덕한 행위를 했다고 비판한 프로그램에서 부터 언론사들의 삼성보도 내용 비판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하다. 두 차례나 유치에 실패한 강원도민의 아픔과 염원을 달래기 위해 여야는 물론이고 대기업총수들과 저명인사들이 나서 백방으로 노력했던 것은 기억에서 깨끗이 리셋된 듯 하다.

사이버공간으로 옮겨가면 점입가경이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과 관련한 자격시비가 한창이었을 때 '삼성 장학생 기레기의 걸레 같은 작문' '이재용에게서 광고비 받은 조중동의 광란'이라는 류의 댓글이 판을 쳤다. 지금도 드루킹과 여당 실세 김모의원 관계를 보도하는 기사가 나오면 '이재용 물타기를 위한 기레기들의 발악'이라는 댓글이 쏟아진다. 아베 일본총리가 북일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해 한 마디 했는데도 '삼성을 돕기 위해 남북정상회담 재뿌리기'라는 식의 이해불가 반응이 잇따른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이 현정부에 비판적인 글이면 이처럼 '삼성의 사주나 조작'으로 몰아간다.

성격은 다르지만 고용노동부의 삼성반도체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 공개 결정에 이르러서는 '지금 우리가 어느 나라 정부아래서 살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칭화대의 칭화유니그룹을 앞세워 낸드플래시는 물론이고 메모리에 이르기까지 반도체분야 세계최고 달성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며 물경 300조원 이상을 쏟아 붓는, 마윈까지 나서 ‘미국 타도’를 외치며 굴지의 IT기업들이 앞다퉈 반도체투자에 뛰어드는, 그래서 실제 AI칩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최강이 된,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벌써부터 경쟁상대에서 제쳐놓는 듯한 언행을 보이는, 실제 한국의 반도체기술과의 거리가 한 뼘 정도로 좁혀진, 이런 현기증 나는 중국의 반도체굴기의 실상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정말 국가핵심기술 유출가능성이 대단히 크다’고 극력 반대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조금이라도 듣는 시늉을 했다면, 이 정도까지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지는 않았을 게다.
 
오죽하면 반도체분야의 세계적 학자인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엊그제 국회 토론회에서 정부에 밉보이는 것을 각오하고 "논란이 된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국가 핵심기술을 비롯한 방대한 기업 기밀정보가 다수 기재돼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을까? 그의 분노는 안타까움으로 이어진다. “D램 3위 업체인 마이크론, 낸드플래시 2위 업체 도시바 등이 삼성전자의 작은 공정 기술이라도 확인하기 위해 엄청나게 애를 쓴다”며 “중국의 추격보다 무서운 것은 이들이 삼성의 핵심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라는 황교수의 피눈물나는 호소에 정부 나리들은 왜 애써 외면하려는 것일까? 왜? 국가핵심기술유출에 따른 엄청난 국가적 손실보다는 삼성 죽이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요해서?
 
한 발자욱이라도 우리나라 땅 밖을 나가면 국내 기업들의 브랜드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는 국민 대부분이 경험했을 게다. 경우에 따라 대한민국정부 브랜드 파워보다 삼성, LG, 현대차의 위력이 더 큰 사실도 생생하게 목도했을 게다.
 
현행법상 잘못이 있으면 법질서로, 경영자로서 경영능력에 문제가 있으면 시장과 주주들이 판단해 엄히 책임을 물으면 된다. 삼성의, 이재용부회장의 잘못을 감싸자는 것이 아니다. 과오에 대해서는 법테두리내에서 냉정하게 판단하고 엄격히 적용하면 된다. 그게 법치주의 국가이고 정의로운 국가이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이제 마냥사냥식의 희생양 만들기는 안된다. 우람한 느티나무도 개미가 밑동부터 파고들면 무너지게 돼 있다.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삼성도 정치권의, 권력의, 언론의, 댓글부대의  광기서린 집단적 몰아치기에는 견딜 재간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초일류 글로벌 기업이라도.
 
속절없이 바람에 지는 벚꽃잎이 오히려 부러운 2018년 4월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반병희 비즈트리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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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ghru
    • 위기때 삼성 직원분 30만명 이상 있으신데 단한명도 기업총수를 비호하시는 분이 없다는게 진짜 궁금 하긴 하군요 전 직원도 아닌데 우리 재용이 형님을 위해서 비호를 하고 있지만 어려운 시기에그룹 총수를 위해서 먼저들 손을 내밀었다면 윗분들도 조금은 팔이 더 안으로 굽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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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똥꼬
    • 헐겠소 ㅋㅋㅋㅋ 사과 몇박스 받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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