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기자들의 팩자타] 범현대家의 애증…"현대건설이 왜 남북 화해 수혜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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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팩자타] 범현대家의 애증…"현대건설이 왜 남북 화해 수혜주죠?"

기사입력 2018.05.0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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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바라보는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현대건설이 왜 남북 화해에 대한 수혜주죠? 그들은 원 오브 뎀(one of them)입니다." 현대그룹 내부 관계자의 말입니다.

 

맥락은 생략됐지만 의미는 확연합니다. 현대건설이 다른 건설사에 비해 특별히 더 유리한 위치가 아니라는 것이죠. 7대 대북 SOC사업권을 독점한 현대그룹의 이런 분위기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건설은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건설업계 최대 수혜주로 꼽히고 있습니다. 정상회담 이전 5만원에 거래되던 주가는 한때 7만원선을 돌파했을 정도입니다. 그런 현대건설에 대한 현대그룹의 냉랭한 태도는 어째서일까요. 


이 간극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범현대가(家)의 애증의 역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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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ㅣ사진=현대그룹

현대건설은 분명 대북사업의 선봉에 섰던 건설사입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추진해온 대북 사업에서 경수로사업과 류경정주영체육관 건설, 금강산여객선 부두시설공사 등 7000억원 규모의 공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습니다. 여전히 이 회사 내부에는 대북사업에 참여했던 임직원도 남아있어 대북사업에 대한 노하우와 이해도는 높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건설이 남북 화해무드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 20년이 못되는 시간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먼저 대북사업이 한창 진행되던 2000년 당시 정주영 창업주가 후계자로 낙점한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반란이 시작됩니다. ‘왕자의 난’으로 회자되는 경영권 분쟁이 바로 이 사건입니다. 


결과적으로 정몽헌 명예회장은 현대건설을 주축으로 하는 그룹으로,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를 중심으로 하는 그룹으로 각각 나눠지게 됩니다. 그리고 현대건설은 2002년 유동성위기로 워크아웃을 맞이하게 되죠. 이어 2003년 정몽헌 회장은 대북송금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이후에도 현대그룹에서는 많은 사건이 벌어집니다.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차기 경영자로 나섰고 여기에 동의하지 않은 범현대가의 공격이 본격화 된 겁니다. 2003년 범현대가 정상영 KCC 회장이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공격하는 이른바 ‘시숙의 난’이 벌어졌고 2006년에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의 지분을 매집하는 ‘시동생의 난’이 일어납니다. 


현정은 회장은 가까스로 경영권을 지키지만 현대건설을 지키는 것에는 실패합니다. 2010년 채권단 관리 하에 있던 현대건설의 인수전에서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에 현대건설을 내어준 것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때부터입니다. 현대그룹은 창업주의 유지를 잇는다는 명목 하에 대북사업을 주도해온 계열사 현대아산을 숱한 경영권 위협 속에서도 지켜냅니다. 현대아산은 빈말로라도 돈을 잘 버는 회사라고 할 수 없습니다. 특히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에는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죠.


현대그룹은 자본잠식 상태인 현대아산을 살리기 위해 수차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합니다. 현대건설은 현대아산의 2대주주입니다. 그리고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에도 단한번의 증자에 참여한 적이 없습니다. 결국 실권주는 현대상선이나 현정은 회장 일가가 인수해야만 했습니다. 


2013년 이후 현대그룹이 심각한 경영위기로 주요 계열사를 대부분 매각해야했던 처지를 생각하면 현대건설에 대한 현대그룹의 속내는 그야말로 ‘남만 못한 친척’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그룹은 핵심계열사인 현대상선을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현대아산만은 지켜냈습니다. 하지만 한때 임직원이 1500명에 달했던 현대아산의 현재 임직원은 150명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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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현대아산의 경영위기를 외면했던 현대건설이 남북 화해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현실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건설을 ‘원 오브 뎀’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죠. 


현대건설 측은 이런 현대그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사업 내역이 구체화 된 것이 아닌 만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현대건설은 대북 사업에서 가장 많은 경험과 기술을 보유한 곳입니다.”


남북 화해무드 속에서 대북사업이 정말 가시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시장 투자자들의 군불떼기로 거품만 머금은 채 꺼질 수 있는 신기루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북사업이 정말 시작된다면 침체된 국내 건설업계의 최고의 호황기를 답모할 대형 호재임은 분명합니다. 대북사업이 시작될 때, 과연 현대건설은 시장의 관심에 부응할 수 있을까요.

 

수십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대북사업을 두고 범현대가의 애증이 어떤 결과를 낼지 시선이 모아집니다. 

[강필성 기자 feel.18@biz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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