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기자들의 팩자타]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의 불편한 ‘싱가포르 예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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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팩자타]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의 불편한 ‘싱가포르 예찬론’

기사입력 2018.06.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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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우리나라 정부도 싱가포르를 보고 배울 것은 배웠으면 합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 11일 기자간담회가 끝난 이후 기자와 나눈 말 중 일부 입니다. CEO가 정부에 대한 바람을 언급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기업활동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이날 정 사장의 ‘싱가포르 예찬론’은 국내에서 경제활동 중인 외국인 노동자에게 적잖은 불편함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그가 싱가포르를 거론한 배경에 ‘저렴한 임금’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정 사장의 워딩은 이렇습니다. 


“국민소득 5만불의 싱가포르가 어떻게 우리의 해양플랜트 경쟁자가 됐냐면 현장 생산인력에 모두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시키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에 길을 가다보면 간혹 보이겠지만 거긴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이 없는 나라입니다.”


정 사장은 트럭 짐받이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실어 나르는 싱가포르 길거리의 모습을 예로 들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출퇴근 시킨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처우가 최악인 외국인 노동자들을 현장에 투입시키니 인건비가 줄어들어 생산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우리 정부에게 싱가포르를 배우라고 언급한 것은 이 대목에서입니다. 


심지어 국내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제도가 적용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배울 건 배우자”고 말한 겁니다. 


우회적으로 표현했지만 이는 결국 국내 조선소에서도 싱가포르처럼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를 ‘최저임금’ 없이 쓰고 싶다는 말처럼 해석됩니다. 이는 굉장히 극단적인 주장입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경제 구성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말이죠. 국내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100만명 규모로 추정됩니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해소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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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ㅣ사진=대우조선해양

 

물론 최근 대우조선의 상황을 보면 정 사장이 이런 말을 한 배경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최근 국내 조선업계를 위협하는 강자로 시장에서 급부상 중입니다. 지난해 말 싱가포르 해양플랜트 제조사인 샘코프마린이 노르웨이 스타토일 FPSO(부유식 원유 생산설비) 수주전을 따낸 것이 대표적입니다. 샘코프마린은 국내 조선업계보다 800억원 이상 저렴한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우조선의 내부 상황은 호의적이지 않죠. 노동조합이 최근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에 가입하면서 임단협에 대한 긴장감을 높이고 있고 향후 논의될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노조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큽니다. 심지어 대우조선은 2015년 대규모 분식회계 사건으로 파산직전까지 내몰렸다가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살아난 회사입니다. 현재까지도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의 강도 높은 감시를 받으며 자구안을 이행 중이죠. 


정 사장이 싱가포르의 사례에 유혹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환경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정 사장의 바람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섭니다. 저렴한 노동비를 통해 회사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은 경영이라기보다는 비용절감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는 현재 근무하는 임직원과 외국인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기도 하죠.


때문에 정 사장의 정부에 대한 이번 ‘건의’에는 너무 쉬운 길을 찾는 것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우려가 뒤따릅니다. 


공교롭게도 정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첨단 조선소’라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노동집약적 사업에서 첨단 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이 비전은 정 사장의 ‘싱가포르 예찬론’과 공존할 수 있는 것일까요.


[강필성 기자 feel.18@biz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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