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단독] '미투'조차 막힌 中企 직원들…오너 성폭력·횡령에도 말못한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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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투'조차 막힌 中企 직원들…오너 성폭력·횡령에도 말못한 속사정

"월급주는 사람은 나다. 나에게 잘보여라", S 중소기업의 묻어둔 4년 이야기
기사입력 2018.08.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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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 "'내가 이 회사에 오너니 나한테만 잘보이면 된다. 내가 월급주는 사람'이라는 등 이야기를 한 뒤 갑자기 다가왔죠. 어깨를 잡고 옷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움겨쥐었고 계속 주물럭 거렸습니다. '갖고 싶다'며 30여분간 성추행했고, 그 일이 있은 후 일주일에 한번씩 한달여간 추행이 계속됐어요."-S사 전직 직원 김나연(가명·여)씨.
 
#.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손을 계속 더듬으며 '더 좋은 자리 책임자로 도와주겠다, 나는 이 회사 오너'라고 했어요. 이런 성희롱은 계속됐고, 나중엔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회사 실험실 부른 뒤 어깨에 손을 얹고 신체 접촉을 시도하며 "좋아한다, 만나자, 자고 싶다"라는 등의 말들을 계속했습니다."- S사 전직 직원 박미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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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중소기업에서 성폭력을 당했다며 모인 피해자모임이 탄원서를 비즈트리뷴에 제시했다. <사진=전지현 기자>

 

2일 중소기업계와 중소기업 S사 피해자모임에 따르면 기업내 성폭력과 오너의 갑질 문화는 최근 일부 대기업에서 내부고발로 그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직원들은 이같은 하소연조차 언감생심이다. 직장내 고충처리 창구도 없어 피해자는 퇴사를 결정하고 피해는 묻어두는 일이 많다. 
 
S사의 피해자모임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을 들어보면 딱 이런 경우다. 최근 방송을 통해 S사 대표이사의 얼굴을 목격한 이 회사의 전직 직원 박미선씨(여)는 5~6년 전 일이 떠올라 역겨움에 치를 떨었다고 한다. 박씨는 비즈트리뷴과의 인터뷰 내내 어두운 모습으로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좋은 일도 아닌데 내입으로 떠드나 싶어 그 일을 다 내려 놨고, 싸우고 싶지도 않았다"라면서도 "그가(S사 대표이사 Y씨) 온갖 매스컴에 나와 촉망받던 중소기업 대표에서 거지신세가 됐다고 한 대기업을 상대로 갑질을 주장하며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자신의 피해와 Y대표의 성폭력과 갑질을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박씨가 주장한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2011년 8월경 박씨는 전라북도 정읍 소재 거래회사에 업무협의차 출장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차안에서 그는 Y대표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 손을 잡고 허벅지를 만지는 추행을 겪은 것. 한두번은 그냥 넘겼다. 하지만 이후에는 Y대표가 은밀한 곳으로 불러 '갖고 싶다', '자고 싶다'는 등 노골적인 성적 접근을 해왔다. 
 
한참을 참다 이런 사실을 회사에 털어놨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비슷한 성추행과 성희롱으로 회사를 그만둔 여직원의 푸념뿐이었다. '난 당신보다 더 했다'라는 말 뿐이었다. 박씨는 "일부 중소기업 대표는 회사에서 무소불위 권력자"라며 "'회사에서 월급을 주는 사람은 나다',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란 말을 일삼았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S사는 2009년 8월에 설립된 9년 업력의 비상장 중소기업이다. 전라도에 위치한 이 회사는 축산물 가공 및 도소매 기업으로 Y대표가 2011년까지 개인회사로 운영하다 2012년 법인으로 전환한 곳이다. 직원수는 2016년 기준 27명. 하지만 이는 2016년 회사가 적자누적 및 유동성 위기로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면서 줄어든 숫자다. 이전까지만해도 S기업 직원수는 약 120~140명에 육박했다.
 
박씨와 비슷한 사례는 이 회사에서 또 있었다. Y대표의 또 다른 성폭력 피해자 김나연(가명·여)씨. 그는 주장에 따르면 박씨보다 더 수치스런 성폭력을 당한 사례였다. 김씨를 향한 Y대표의 행동은 입사 1년 뒤부터 시작됐다. Y대표는 2010년 5월, 김씨를 실험실로 부른 뒤 안마를 요구했다. 이 행동이 지속되다 이듬해 7월엔 급기야 김씨의 옷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움켜쥐는 행위로까지 이어졌다.
 
김씨는 "갑자기 내게 다가와 어깨를 잡고 옷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움겨쥐었고 계속 주물럭 거렸으며 '갖고 싶다'라며 30여분간 성추행을 했다. 그일이 있은 후 일주일에 한번씩 한달여간 추행이 계속됐다"며 "몇달 후 20대 초반 여직원이 입사하면서 추행이 멈췄지만, 신입 여직원에게도 성추행하며 자취하던 집을 수시로 찾아온다며 울며 하소연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근무하고 싶지 않아 2012년 2월경 퇴사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10살이나 어린 사장님에게 이런 일을 당하니 괴로워서 경찰에 신고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다. 그러나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 딸 양육을 혼자 감당해야 했기에 용기도 못냈다"며 "서로 알고 지내는 작은 회사에서 성폭력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많은 여직원이 Y대표의 성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성폭력 대상)은 연령대를 막론했다"며 당시 일을 회상했다.
 
이와 관련해 S사 전직 직원인 김성혁(가명·남)씨는 "본사 소속인원은 약 40여명으로 이중 여직원은 7~8명 정도였다"며 "총무과에 있던 직원의 경우 오전근무 후 (Y대표) 어머니집에서 오후 4시까지 집안심부름(마트장보기), 병원다녀오기 등 회사일이 아닌 집안일도 해야했다"고 주장했다.
 
◆'미투' 사각지대, "소규모 사업장 사내 성희롱, 규제하기 어려워"
 
문제는 중소기업 직원들에 대한 대표이사의 성폭력 문제와 갑질 사례가 만연했지만, 하소연할 곳 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 2월 발표한 '상담통계 및 상담 동향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은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가 1098건으로 전체 87.1%에 달했다. 이중 성인의 경우 직장 관계에 있는 사람에 의한 피해가 375건으로 20세 이상 성인피해의 1/3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한국여성민우회 일고민상담실의 2016년 상담사례집에 따르면 직장내 성희롱은 총 309건으로 전체 상담 391건 중 가장 많은 79.03%를 보였다. 특히 소규모 50인 이하 사업장 비율은 38.51%(119건).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사업주 권한이 커 피해 발생 시 피해자가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상담실 측 설명했다.
 
일고민상담실은 사례집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은 사내에 성희롱을 신고할 수 있는 부서나 담당자가 없는 경우가 많고, 사업주가 인사권과 경영권을 모두 쥐고 있어 사내에서 사업주의 행위를 규제하기 어렵다"며 "상담사례에서는 피해자가 사업주와 직접 대면하며 일하는 경우가 많아 성희롱 발생시 초기 피해자가 가해자인 사업주에게 문제제기를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성희롱 행위가 반복되면서 결국 퇴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퇴사 이후에도 월급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피해가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상황은 이렇지만, 중견기업이나 대기업과 달리 30인 이하 사업장은 성폭력 문제를 처리하는 부서는 고사하고, 노사협의체를 운영해야 하는 의무도 없다.
 
S사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이 직접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을 세운 것도 이런 맥락이다. 'S기업 Y대표 피해자 모임'은 이미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을 찾아가 탄원서를 제출했고, 향후 여성단체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는 동시에 기자회견도 진행할 방침이다.
 
◆직원 급여 쥐어짜며 4년간 회사서 챙긴 64억원, 영업손실 메웠더라면...
 
S사 피해자모임은 Y대표의 배임 횡령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돈내장 가격 폭락으로 비용이 증가하면서 회사가 어려웠던 2012년부터 2015년까지 Y대표는 연간 7억원 가량의 급여와 보너스를 수령했다. Y대표가 보유한 9장의 법인카드로 사용처를 알수 없는 상품권 등을 구입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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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사의 임원급여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2억9900만원에서 3억6400만원이었다가 2016년 9500만원으로 줄었다.
 
비즈트리뷴이 입수한 S사의 내부 문건에는 Y대표가 2012년 급여(1억8420만원)와 보너스(700만원)로 1억9120만원을 수령했고, 2013년에는 보너스·학비항목으로 680만원을 추가로 받아 총 2억원을 지급받았다. 2014년에는 급여가 2번이나 인상되면서 총 2억3620만원을, 2015년에는 3억2200여만원을 거둬들였다.
 
같은 시기 직원급여는 11억6300만원에서 24억600만원으로 증가했지만, 당시 직원수 120여명으로 환산하면 1인당 연봉은 1800~20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또 Y대표가 보유한 9장의 법인카드 중 7장의 연간 사용 총액은 2012년 1억930만원, 2013년 1억9250만원, 2014년 2억5200만원, 2015년 2억2400만원으로, 이중 상품권으로 사용한 금액은 2012년 4260만원에서 2015년 1억74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S사의 누적 영업손실은 약 66억원에 달했다. 
 
피해자모임 측은 "S기업이 법인회사로 시작된 4년여간 Y대표가 챙긴 금액이 64억원에 달한다"며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고가의 외제차 2대를 법인 개인차량으로 사용하면서 월 리스료로 700만원씩, 연간 8000만원 상당을 소요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피해자모임은 Y대표가 회사가 어렵다며 직원들에겐 150~160만원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면서도 자녀에겐 3억원 가량을 증여했다고 주장한다. 김성혁(가명·남) 씨는 "돈가가 상승해 회사 적자폭이 커지는 가운데에도 본인 급여 및 상여금을 챙기고 아들에게 3억원의 예금증여를 한 것을 확인했다"며 "회사돈을 횡령하면서 회사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Y대표는 비즈트리뷴과의 전화통화에서 피해자모임 측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법적으로 해결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Y대표는 "(모임 등의 주장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법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조치할 예정"이라며 "전혀 없었던 일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고소하겠다. 증거자료도 갖고 있어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지금 통화를 못한다"라고 피해자모임이 주장한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전지현 기자 gee7871@biz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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