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뉴진스, '좋은 어른'의 부재가 낳은 것
[기자수첩] 뉴진스, '좋은 어른'의 부재가 낳은 것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5.03.2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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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측 주장 모두 기각.'

법적 판단은 명확했다. 어도어가 전승(全勝)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1일 뉴진스와 어도어의 전속계약 분쟁에 대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줬다. 핵심은 하나다. '해지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 재판부는 어도어가 전속계약상의 중요한 의무를 위반했다거나, 신뢰관계가 파탄 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뉴진스 측이 제기한 민희진 전 대표 해임 문제도 '경영 판단의 영역'으로 봤고, 광고 제작사 '돌고래유괴단'과의 협력 파탄 역시 계약 위반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 외 아일릿 표절 논란, 멤버 하니의 발언 등 다른 해지 사유들도 '소명 부족'이라는 결론이었다. 

뉴진스.ㅣ어도어
뉴진스.ㅣ어도어

소속사와 아티스트의 관계는 계약으로 시작된다. 흔히 '전속계약'이라 불리는 이 계약은 단순한 고용관계가 아니라, 법적으로는 위임계약 또는 도급계약의 성격을 가진 복합적 계약으로 해석된다. 아티스트는 자신의 인격적, 창작적 활동을 소속사에 맡기고, 소속사는 이를 기획·관리하며 수익을 분배하는 관계다. 소속사는 성공을 알 수 없는 가능성에 몇 년 간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실제 어도어는 뉴진스에 약 210억원을 투자해 멤버 1인당 50억원씩 정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명의 외부인으로서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팬들이 느꼈을 혼란과 멤버들에 대한 애정 어린 분노는 충분히 납득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건 아닌데'라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기다리는 뉴진스의 뮤직비디오 속보다 매체의 사회 면에서 멤버들을 자주 보게 될 때, 걱정이 앞섰다. 법의 세계는 언제나 감정보다 냉정하고 명료하기 때문에, 계약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무게와 책임을 동반하기에.

특히 안타까웠던 것은 어린 그들에게 '좋은 어른'이 없었다는 점이다. 고작 만 19.6세의 그룹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각자의 이익에만 몰두했고, 정작 멤버들을 보호하는 이들은 없었다. 글로벌 아이콘이 돼 몸집이 커진 뉴진스에게,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진정한 의미의 어른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성년 아이돌에게 돌아갔다. 다행히도 법원에서 그 선을 명확히 그어주며 일단락됐다. 자극적인 폭로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소비되던 사건이 비로소 '합리적 판단'으로 멈추게 된 것이다. 

통상 어른들이 만든 복잡한 갈등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번 사건은 뉴진스에게도, 그들을 사랑한 팬들에게도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판결 후 외신에서 K-팝을 폄하하는 감정적 대응은 되레 스스로의 미성숙함을 드러내는 꼴이다. 자신이 성장한 무대와 같은 길을 걷는 선후배들을 부정하는 일이자, 결국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다. 뉴진스의 청량하고 감각적인 음악을 좋아하는 팬으로, 앞으로 그들이 진짜 '우상'(아이돌)으로 서기를 기대해본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