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료대란, 파농의 양가감정
[기자수첩] 의료대란, 파농의 양가감정
  • 박소망 기자
  • 승인 2024.03.0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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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망 기자 

"의사파업 욕하던 엄빠, 나한텐 의대 가래요"...연고대 추합도 포기 속출. 

최근 모 언론에 등장한 기사 제목이다. 최근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발표 이후 우리 사회에서 의사에 대한 반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지만 되레 의대 열풍은 거세지고 있다. '단군 이래 의대 가기 가장 좋은 때'라는 게 최근 들은 학원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요즘처럼 의대 진학 관련 상담이 늘었던 때가 없다고 한다. 

프란츠 파농의 저서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에서는 자신들의 조국을 식민지로 삼은 백인들에게 모순적 감정을 내비치는 원주민들이 나온다. 이들은 백인들을 증오하면서도, 백인들의 소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다. 이를 테야 '양가감정'이다. 파농이 바라봤던 원주민들과, 지금 우리 국민들의 행보가 묘하게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발표 이후 의사단체와 정부의 갈등이 줄어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사태는 장기화할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 전공의 사직 사태, TV토론,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향한 압수수색까지. 양측 모두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고삐만 조이고 있다. 

최근엔 갈 데까지 갔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압수수색 이후 "의사들은 한 명의 자유 시민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다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발표했다.

가슴이 덜컹한다. 의사의 부재로 만들어지는 불편은 그저 불편이 아니다. 그 불편으로 사람이 죽는다. 그냥 해서는 되는 말이 아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사태가 장기화될 수록 죽어나는 건 국민이다. 계속해서 강경책만을 고수해 평행선을 만들면 무엇이 달라지나. 정부와 의사단체가 어떻게든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2000명에서 한 발 양보한다고 증원 자체가 무마되진 않는다. 서로 합의점을 찾을 준비가 돼 있으면 대화의 물꼬가 튼다.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가 만든 마음 속 양가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대상을 미워하면서도 과도하게 이를 띄우는 감정적 딜레마에서 벗어나야 진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2000명이니 마니하는 감정 싸움에서 발 잡히고 있어선 안된다. 합의는 서로의 손해를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을 때 나올 수 있다. 이렇게는 시간만 속절없이 간다. 

[비즈트리뷴 = 박소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