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 쿠팡과 이마트, 밸류업에 대한 소회
[투자전략] 쿠팡과 이마트, 밸류업에 대한 소회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4.03.02 1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한국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약 227조원으로 2022년 대비 8.3% 성장하며 통계치 집계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률이 높아졌지만, 소매시장에서 온라인 채널은 이미 50%에 가까운 침투율을 보이며 크게 성장한터라 올해도 두 자리 성장은 버거울 수 있다. 

물론 소매시장 성장률이 3% 안팎을 맴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온라인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성장에의 한계가 있는 내수 시장에서 평균 이상의 성장을 지속하는 온라인 채널도 신통하지만 그 온라인 시장 내에서도 평균을 상회하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쿠팡과 네이버의 실적을 지켜보고 있으면, 생뚱맞게도 요즘 장안의 화제인 ‘밸류업’이 떠오른다. 

유통업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업종 중 하나로 관심 받고 있고 특히 자산이 많고 대형 유통사로 군림해 온 이마트, 롯데쇼핑과 같은 전통 오프라인업체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부응하자면 곳간이 넉넉해야 하고 그러자면 돈을 잘 벌어야 하는데, 아이러니한 사실은 그 간 계속 잘 벌어서 많이 쌓아 뒀다면 이들이 밸류업 대상으로 지목될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영업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자산이라도 팔아서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하고 배당을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일 것 같다.

쿠팡의 2023년 연간 순매출액이 한화로 약 31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이마트는 30조 8,800억원의 연결 총매출액을 기록했다. 쿠팡의 연매출액이 비로소 이마트를 넘어섰다고 매우 큰 사건인 냥 언론에서 대서특필하고 있지만, 사실 이는 틀린 얘기다. 

엄밀히 말하면 2021년 즈음 이미 쿠팡 매출은 이마트의 그것을 넘어섰다. 이마트 매출액은 조선호텔, 신세계건설 등 종속회사를 모두 합친 연결 값인 동시에 ‘총매출액’이므로 소매업에 해당하는 계열사들만 모아 순매출액을 기준으
로 비교해야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쿠팡과 네이버가 지난해 창출한 거래액이 각각 약 50조원 안팎인 것으로 추정되어 사실상 외형 기준으로 이들은 이미 대체 불가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쿠팡은 대만 시장으로 확장, 네이버는 자체AI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고도화 등의 무기를 추가로 장착한 상황이다. 

온라인이 대세라서 오프라인은 답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월마트도 광고수익모델 강화, 온라인과의 시너지를 위해 오프라인 매장 리뉴얼 등 끊임없는 노력으로 꾸준한 주가 상승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기존 대형 유통사들이 성장을 위한 전략, 수익성 회복을 위한 노력, 시장 변화에 걸맞은 대응을 적극적이고 절실하게 실행하지 않는다면 열렬한 밸류업 구호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실적 부진 앞에서 주가는 맥을 못 출 가능성이 높다.

[신영증권, 서정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