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투자업계에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기습적으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배경에는 4조원에 달하는 리스부채와 임대료를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발표된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말 기준 리스부채는 3조8501억원으로 부채 항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리스부채는 대형마트 영업을 위해 임대한 건물과 토지 등을 가리킨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임대료는 연간 4500억원이 넘는다. 대주주인 MBK와 홈플러스가 채권자들과 어떤 사전 협의 없이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이 적자 원인으로 꼽히는 리스부채와 임대료를 탕감받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12일 리포트를 내고 "(홈플러스) 채무 조정의 관건은 매장 관련 리스부채"라며 "홈플러스 부채구조는 외견상 단순해보이지만 리스부채를 감안하면 금융채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 구성은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어 채무조정 과정이 생각만큼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금융채무로 분류되면 MBK와 홈플러스가 4500억원이 넘는 임대료를 사실상 임대인인 리츠와 부동산 개발업체(디벨로퍼)들에 떠넘기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업황 악화로 중소형 건설사들의 부도가 발생하고 있는 건설부동산 업계로서는 '설상가상'인 셈이다.
당장 홈플러스에 건물 등을 임대해준 펀드 중 대출 만기가 도래한 곳에는 비상이 걸렸다. 홈플러스 전주효자점에 투자하는 이지스코어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26호는 오는 8월 1000억원 규모의 대출 만기를 앞두고 있다. 선순위 대주는 삼성생명으로 789억원을 빌려줬다. 중순위 250억원은 NH농협은행과 SBI저축은행 등이 빌려줬다. 5개월 뒤 대출 만기이지만 배당금도 제대로 분배하지 못하는 형편으로 전해진다.
또, 과거 홈플러스 점포 인수를 위해 조성한 펀드의 유동성공급자(LP)로서 유동화증권을 발행한 '홈플러스하나커넥트'와 '지아이비홈플러스' 등도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지급하는 임대료를 원리금 상환에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홈플러스 울산점과 구미광평점, 시화점을 보유하고 있는 유경공모부동산투자신탁제3호는 홈플러스가 회생 신청을 하기 직전인 지난달 말 대출기간을 1년 연장해 가까스로 시간을 벌었다. 대주는 NH농협은행과 아이엠뱅크, KB국민은행 등이다. 금융감독원도 이 같은 문제를 우려, 최근 자산운용사들에 홈플러스 부지를 자산으로 담은 부동산 펀드 현황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비즈트리뷴=하영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