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두통은 흔히 날씨에 의해 유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편두통 발작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섭씨 12.22도 상승 때마다 편두통 발생률 6% 높아져"
기온과 이외 기상 조건이 편두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신시내티대학교 두통 및 안면 통증센터 소속 빈센트 마틴(Vincent Martin) 소장은 올 여름 연구를 통해 기후위기가 결과적으로 편두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그는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편두통 환자 660명의 일지 기록 7만 개 이상을 검토하고 이를 풍속과 기온, 습도, 기압 등 지역의 날씨 데이터와 교차 분석했다.
분석 결과, 기온이 화씨 10도(섭씨 12.22도) 상승할 때마다 편두통 발생률이 6%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마틴 소장은 더위가 유발한 땀이 수분과 전해질 손실을 일으킬 수도 있고, 또는 태양빛의 환한 빛이 일으키는 광학적 현상이 편두통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 기온 상승・습도 감소할 수록 편두통 환자도 늘어난다
기온 상승과 편두통 사이의 연관성은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는데, 지난 2015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터키의 한 병원에서 편두통으로 응급실에 입원한 사례를 1년간 조사하고, 이를 기온과 습도, 기압 등의 다양한 기상 변수와 비교했다. 그 결과, 기온이 상승하고 습도가 감소함에 따라 편두통 환자의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뉴욕의 마운트시나이(Mount Sinai) 의과대학 조교수인 프레드 코헨(Fred Cohen)은 올해 초 한 리뷰 논문을 통해 지난 30년 동안 미국에서 편두통의 유병률은 대체로 비슷하게 유지되어 왔지만, 편두통으로 인한 장애(편두통으로 인해 환자들이 직장과 사회 활동에서 잃는 시간)는 급증한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코헨 교수와 해당 논문의 공동 저자들은 편두통으로 인한 장애를 보고하는 사람들의 수가 일부 지표에 따르면 대략 두 배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사람들이 편두통을 인지하는 정도가 향상됐거나 스스로의 신체 상태에 대해 더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영향일 수도 있지만, 코헨 교수를 비롯한 저자들은 그 배경으로 '환경의 변화'를 꼽는다.
◼︎ '대기오염'도 편두통 유발…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스트레스나 번개도 유관
기온 상승뿐만 아니라, 산불 등으로 발생하는 대기 오염 물질의 증가 역시 편두통과 관련성이 깊다. 대기 오염이 편두통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수의 연구에서 대기 오염 물질에 대한 단기 노출이 늘어날수록 편두통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 역시 급증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실제로 지난해 북미 동부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한 동안 두통 센터에 걸려오는 전화가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기후 관련 자연재해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 또한 편두통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지난 2018년 일본을 휩쓴 대홍수 이전 1년과 이후 1년 동안 편두통 약물 처방에 관해 조사했다. 그 결과, 홍수 피해자들은 그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들보다 급성 편두통 약물을 처방받을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번개' 역시 편두통에 영향을 미치는데, 동일 연구에서 번개가 치는 날의 편두통 발생 빈도가 번개가 없는 날에 비해 2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인해 극심한 기상 현상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남에 따라 편두통 환자들은 그 고통을 더 자주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