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미국 내 주택 보험료가 상승하면서 기후 위기가 보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보험료 상승 현상은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 자연재해 위험이 높은 지역의 주민들은 가파르게 상승한 보험료로 인해 기후변화가 야기한 경제적 비용을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기후 위기로 인해 리스크가 높아진 것은 피보험자인 주민뿐만이 아니다. 보험사 역시 급변하는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 피보험자 주민뿐 아니라 보험사도 위기 직면…플로리다주, 2년간 7개 보험사 파산 신청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더컨버세이션(TheConversation)의 보도에 따르면, 이와 같은 보험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리(Swiss Re) 재보험사의 이사회 의장인 자크 드 보클로로이(Jacques de Vaucleroy)는 미국의 현재 보험료가 여전히 리스크를 완전히 커버하기에는 너무 낮다는 입장을 전했다. 재보험사는 보험사를 위한 보험사를 말하며, 최근 몇 년간 재보험사의 보험료 역시 인상돼 왔다.
실제로 2021년과 2022년 플로리다주에서만 7개의 재산 보험사가 파산을 신청했으며, 2023년 보험사들은 18개 주에서 주택 보험상의 손실을 입었다.
보험사들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보험료를 낮추는 동시에 미래 보험금 지급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보험료를 높게 설정해야 하므로 적정 가격을 탐색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과정에서 보장은 크게 축소되고 예외/제외 항목은 더 늘어나는 등 높은 보험료를 내고도 피보험자들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혜택이 줄어드는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 기후변화로 '불확실성' 높아져 보험사 수익성 위협…모델링 보완 필요
보험사는 복잡한 모델을 사용하여 과거 데이터를 집계하고 사고의 빈도, 규모, 손실 및 기여 요인 등을 분석하여 보험료와 보장 범위를 산출해 낸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자연재해의 발생 패턴이 이전보다 불규칙해지면서 과거 데이터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기준이 돼버렸다. 한때 100년 주기로 발생했던 재해 현상이 일부 지역에서 그보다 훨씬 더 짧은 주기로 발생하고 있다.
폭우나 우박, 강풍, 번개, 산불 등 소규모에서 중간 규모의 피해를 의미하는 '이차적 위험' 역시 보험업계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할 때마다 대기 중 수분량은 약 7% 증가하며, 그 결과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폭우와 천둥번개, 우박, 홍수 등 이차적 위험이 크게 증가하였고, 이러한 이차적 기후 현상들이 더욱 강렬하고 빈번하게 또 누적되어 발생하면서 보험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보험사들은 이와 같은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료 산출 모델을 수정 중이며, 일부 보험사의 경우 기후 모델링을 사용하여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