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유럽과 남미 등 세계 각지에서 중국산 전기차 붐을 일으키고 있다. 제29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9) 이후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중국의 시장 지배가 또 다른 환경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 중국이 장악한 유럽 전기차 시장, 유럽의 반응은?
중국이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포진해 있는 유럽의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자 유럽 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관세를 높이며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는가 하면, 중국과의 무역 마찰을 피하기 위해 관세 상향조정을 반대하는 국가도 있다.
2024년 10월,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기존의 10% 세금에 최대 35%를 추가적으로 부과했다. 이와 같은 조치에 프랑스의 경우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지지하는 입장을 취하였지만, 중국을 수출 최대 시장으로 두고 있는 독일의 경우 보복 조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양국의 입장 차이는 아직까지도 좁혀지지 않고 여전한 긴장을 유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중국의 전기차 혁명, '기후'에는 어떤 의미일까
'기후 행동'의 측면에서 중국발 전기차 혁명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중국의 제조 능력은 저렴한 전기차가 전세계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도록 만들었으며, 소비자들이 화석연료 구동 차량에 대항하여 선택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을 제공해주었다.
하지만 중국의 전기차 확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이보다 더 복잡한 문제다. 중국이 전기차 산업에서 갖는 특수성과 함께 전기차 자체가 갖는 본연의 특징 때문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전기차와 그 산업 구조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면밀히 관리되지 않으면 다양한 형태의 환경 피해가 초래될 수 있다.

◼︎ '에너지 전환'도 이루어져야…배터리 생산 과정 속 탄소발자국도 문제
중국이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통제하고 있는 만큼 집중적인 채굴과 수질 오염, 대기 오염 등의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또, 전기차가 보급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경우 에너지 전환이 이를 마땅히 따라가지 못하면 석탄 화력 발전에 의존하는 지역의 경우 석탄 소비가 오히려 증가할 위험도 있다.
전기차 자체의 생산에도 문제가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전기차는 사용 단계에서의 탄소 배출이 크게 적지만, 초기 제조 단계에서는 전기차의 탄소발자국이 매우 높다. 특히 대용량 배터리를 제작할 때 주요 성분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을 채굴하고 가공하는 데 큰 에너지가 소모되고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이 매우 많기 때문에 초기 탄소발자국을 상쇄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국제사회가 탈탄소화 목표를 달성해야 할 필요성이 나날이 짙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전기차 시장 장악이 희망이자 경고로 다가온다. 전기차가 빠르게 보급되면 교통 부문의 탄소발자국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겠지만, 이러한 전환은 반드시 신중하고 철저한 관리 아래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