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안그래도 힘든데"...적십자사, 헌혈 답례품 영화표 '가격 후려치기' 논란
"극장가 안그래도 힘든데"...적십자사, 헌혈 답례품 영화표 '가격 후려치기' 논란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5.02.1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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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대한적십자사(적십자사)가 헌혈 답례품으로 제공할 영화 관람권을 정상가의 1/3도 안되는 금액에 대량으로 사들일 예정인 것으로 드러나며 '가격 후려치기' 논란에 휩싸였다.

13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지난달 22일 영화티켓 65만3000여 장의 판매처를 찾는 입찰 공고를 내며, 한 장당 50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인 32억6000여 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CGV와 메가박스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롯데시네마가 단독으로 응찰하여 적십자사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다만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장당 3924원의, 평일 정가 1만4000원의 약 28% 수준밖에 되지 않는 금액으로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나며 적십자사가 '가격 후려치기'를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적십자사는 헌혈의 답례품으로 제공하기 위해 연간 영화 관람권 약 130만 장을 사들인다. 최근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영관 입장에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금액지만, 멀티플렉스 3사 중 2사가 응찰하지 않은 이유는 적십자사가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부르며 극장 간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부터 작년 하반기까지, 한 차례를 제외하고 꾸준히 장당 6000원 규모의 예산을 배정해온 적십자사는 올해 상반기 금액을 5000원으로 줄였다. 통상 기초금액의 80% 수준에서 낙찰가가 정해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적십자사가 예산 범위 내에서 제시하는 '기초 금액'이 터무니없이 낮다"며, "이러한 가격 후려치기가 심해질수록 멀티플렉스간 출혈 경쟁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모양새다.

적십자사가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편의점교환권과 모바일멀티상품권과 비교해보면, 영화 관람권에 대한 기초금액이 낮다는 사실이 더 잘 드러난다. 둘 다 정가는 8000원, 적십자가 제시한 기초금액은 각각 7800원, 7600원이다.

또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영화계가 어려운데, 3900원대로 티켓을 파는 건 말이 안된다"며, 영화 티켓 가격 문제가 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티켓 판매 수익을 극장과 투자배급사가 나눠 가지는 구조에서 가격이 낮아지면 배급사가 영화 제작이나 제작 환경 개선, 콘텐츠 질을 높이기 위해 투자할 여력도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