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독일, 중도우파 승리로 3년만 정권 교체…밀려나는 기후문제 ①
[기후+] 독일, 중도우파 승리로 3년만 정권 교체…밀려나는 기후문제 ①
  • 문상희 기자
  • 승인 2025.02.2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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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한 CDU의 당수 프리드리히 메르츠 | 출처: Anadolu Ajansı
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한 CDU의 당수 프리드리히 메르츠 | 출처: Anadolu Ajansı

조기 연방의회 총선거 결과, 독일 정권이 3년 만에 중도 보수파로 교체되었다. 23일(현지시간) 펼쳐진 조기 총선거에서 과거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전 총리가 이끌었던

이 승리를 거두었다.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지난 선거 대비 득표율이 가장 많이 오르면서 20.8%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한 것도 이목을 끌었다. 

◼︎ 우선순위 밀려나는 기후 문제…유권자들 관심사는 '이민'과 '경제'
이번 선거에서 눈에 띄었던 또 다른 한 가지는 '기후 문제'를 대하는 유권자들의 태도 변화였다. 기후 싱크탱크 E3G의 전무 이사인 마르크 바이스게르버(Marc Weissgerber)는 기후 문제가 선거판에서 과거만큼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그는 "유권자의 관점에서 볼 때 기후 문제는 더 이상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독일은 오랫동안 세계의 기후 변화와 청정 에너지 전환 분야를 이끌어 온 선도국이었다. 2023년 12월에 채택된 '기후 행동법(Climate Action Law)'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65% 감축하고, 2045년까지 기후 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도 했으며, 2030년까지 다양한 부문별 연간 배출 예산을 설정한 바 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국제적인 차원에서 배출량 감축을 위한 노력을 추진해 온 덕분에 종종 '기후 총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실제로 2021년 독일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그녀의 후임자를 뽑을 때 기후 문제는 중요 쟁점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올해 1월 독일트렌드(Deutschlandtrend)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문제는 '이민'과 '경제'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환경 및 기후 보호를 중요한 문제로 지목한 응답자는 불과 13%에 그쳤다. 이러한 경향은 지난해 가을의 미국 선거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독일의 중도보수 연합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조기 총선에서 1위를 확정지었다. | 출처: Deutschland.de
독일의 중도보수 연합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조기 총선에서 1위를 확정지었다. | 출처: Deutschland.de

◼︎ 득표율 2위 AfD, "미국처럼 독일도 파리 기후 협약 탈퇴해야"
이러한 여론 변화에 따라 정치인들도 기후 문제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2번째로 높은 지지를 얻은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기후 변화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입장을 보여왔으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독일의 파리 기후 협약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중도보수 연합 CDU의 당수로서 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는 AfD만큼 강경하게 반(反)기후 정책을 내세우지는 않지만, 이전 정부들이 추진했던 환경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겠다고 공약했다. 메르츠는 기후 정책을 경제 성장의 도구로 활용하려 했던 기존 접근 방식에서 탈피하고, 그 대신 독일의 경제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 '차기 총리 유력' 메르츠, "기후보다 경제와 산업 경쟁력 강화가 우선"
폴리티코(Politico)에 따르면, 선거 운동 중 메르츠는 최근 몇 년간 독일의 경제 정책이 "거의 전적으로 기후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라고 비판하면서 "나는 분명히 말하고 싶다. 우리는 반드시 이 정책을 바꿀 것이고, 바꿔야만 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메르츠의 이와 같은 발언이 독일의 친완경 에너지 목표가 경제 성장 목표와 점점 더 엇갈리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수십 년 동안 독일 경제를 이끌어 온 제조업은 현재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카네기 유럽(Carnegie Europe)의 선임 연구원인 올리비아 라자르드(Olivia Lazard)는 "독일이 경제 및 산업 모델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기후 정책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라며, "독일에서는 에너지 가격과 원자재 소비 비용이 상승하면서 경제적 불안이 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치・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비즈트리뷴=문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