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조기 연방의회 총선 결과, 중도보수 연합이 3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극우 정당으로 분류되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0.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한 가운데, 과거와는 달리 기후 문제가 정치권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에너지 및 자재 소비 가격이 상승하면서 경제적 불안과 정치・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자 기후 행동은 산업 행위에 비해 크게 뒷전으로 밀리게 된 것이다.
◼︎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 급상승…'고비용' 문제로 힘 잃어가는 녹색 전환
현재 독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녹색 에너지 채택에는 엄청난 비용이 따른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독일 내 에너지 공급 네트워크는 독일의 재생 가능 에너지 전환 비용이 약 4,500억 유로(한화 약 673조 7,805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엄청난 비용은 소비자들에게 에너지 요금을 통해 전가될 예정이며, 그뿐만 아니라 현재 독일 가정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그 이전에 비해 가스비를 74% 더 비싸게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천연 가스의 경우 석탄이나 석유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한다는 이유로 '탈탄소화를 위한 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쟁과 여타 국제 정세의 변화로 접근성이 크게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독일에서의 녹색 전환은 생활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크게 잃어가고 있다.

◼︎ 독일의 '기후 문제' 등한시, 유럽 전역 및 전 세계로 확대될 수 있어 우려
한편, 일각에서는 기후 문제에 있어 독일 정부의 우선순위 변화는 독일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독일은 유럽에서 손 꼽히는 경제 대국이자 지난 몇 년 동안 빈곤국들을 위한 기후 금융 목표를 초과 달성한 국가다.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파리 협정에서 재탈퇴하고 기후 이니셔티브가 역행하는 상황에서, 독일의 선도국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독일이 물러설 경우, 그 여파는 무엇보다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2022년 이집트에서 개최된 기후 정상 회담 COP27에서 저소득 국가들의 기후 피해 회복을 돕기 위해 설립된 '손실 및 피해 기금'의 경우, 독일이 지난 2023년 11월 9,400만 유로(한화 약 1,406억 원)를 약속하는 등 매우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기후 이니셔티브인 만큼 독일의 태도 변화는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트리뷴=문상희 기자]